폐기물이 황금 알 낳는 거위로 변신! 전 세계를 사로잡은 순환경제
2023.03.19
지난 여름 전 세계를 강타한 이상기온이 심상치 않다. 에어컨을 설치한 가구가 5% 미만일 정도로 서늘한 여름이 특징인 영국 곳곳이 40도를 넘기며 학교가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린란드에선 3일동안 180억톤의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렀다. 미국은 약 90년만의 역대 급 폭염으로 미국 50개주 중 28개주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관측됨에 따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후변화에 대비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순환경제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꼭 필요한 순환경제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순환경제는 자원을 채취해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한 후 폐기하는 기존의 선형경제의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친환경 경제 모델이다. 선형경제란 제품이 한번 만들어져 사용되고 나면 폐기의 길을 걷게 되는 경제 모델을 말한다. 이에 반해 순환경제는 한번 만들어진 물질이 사용후에도 폐기되지 않고 유용한 자원으로 반복 사용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순환경제의 활성화가 바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온실가스 배출의 45%가 제품의 생산과 폐기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순환경제로 전환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2022년 발표한 OECD의 조사 결과 2019년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중 15%만이 재활용을 위해 수거되었고 9%의 플라스틱만이 실제로 재활용되었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절반은 땅에 매립되었으며, 1/5에 달하는 폐플라스틱은 소각되었다.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순환경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순환경제를 만들기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
이에 순환경제 실천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EU는 2020년 3월 ‘신 순환경제 행동계획(New Circular Economy Action Plan)’을 발표하며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의무화했으며, 지난 3월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오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역시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30% 이상을 재생원료로 만들도록 법제화하는 등의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 수립’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선거공약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 개선을 강조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 계승을 약속하며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탄소세 및 탄소국경세 시행 등을 예고했다. 또한 미국은 2021년 1월 20일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한 동시에, ‘청정에너지·인프라 계획’ 추진을 통해 2050년까지 경제 전반에 걸쳐 탄소배출 ‘넷제로(net-zero)’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렇게 순환경제를 구축하려는 세계적인 트렌드에 동참해 순환경제 안착을 위해 노력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순환경제를 전개해 나가는 동시에 환경을 보호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국 재활용회사인 테라사이클은 2019년 재사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활용한 순환 플랫폼인 루프(LOOP)를 선보였다. 루프는 샴푸, 세제, 치약 등의 생활용품과 주스,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의 식재료를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된 일회용 용기가 아닌 스테인레스 용기나 유리 병, 알루미늄 병 등에 담아 고객에게 판매하는 서비스다. 고객은 제품을 사용 완료한 후 빈 용기를 반납해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마치 유리병에 담긴 우유를 배달하던 예전 우유 배달 서비스를 생각하면 된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포장 용기의 양을 줄여주는 루프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지에서 서비스 중이다.
흡연자의 천국인 프랑스에서는 시클로프(Cy-Clope)라는 스타트업이 흡연 뒤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담배꽁초 1개가 물 500L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버려진 꽁초 한 개가 완전히 썩는데까지 무려 12년이나 걸린다는 점에 착안한 시클로프는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담배꽁초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클로프의 담배꽁초 수거 컨테이너 1대에는 약 1만 대의 담배꽁초를 모을 수 있다. 수거된 담배꽁초는 100% 재활용된다. 필터는 플라스틱으로 재생되고, 필터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퇴비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100% 폐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섬유 ‘리젠’으로 순환경제의 중심에 선 ‘효성’
루프나 시클로프보다 십여 년 먼저 순환경제를 고민하고 실천한 기업이 있다. 효성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는 2008년 국내 최초로 리사이클링 폴리에스터 섬유인 ‘리젠(regen®)’을 출시했다. ‘리젠’은 석유 원료가 아닌, 사용하고 분리 배출한 투명 페트병을 깨끗이 세척한 후 가공과정을 거쳐 실로 뽑아낸 폴리에스터 섬유다.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터 원사를 100% 소재로 활용해 만든 친환경 원사 제품인 ‘리젠’은 1kg당 500ml 페트병 50개만큼의 재활용 효과가 있다. 원재료로 석유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지구 자원을 아낀다는 장점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젠’은 인기있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공급되어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의류와 가방으로 제작되고 있다.
1966년 설립된 동양나일론을 모태로 국내외 화학섬유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효성은 60년 넘게 쌓아온 화섬분야 기술력에 새로운 소재를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R&D를 전개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섬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을 거듭해 온 효성티앤씨의 노력의 성과로 ‘리젠’은 2009년 국제 친환경 인증 기관인 네덜란드 컨트롤 유니언(Control Union)사로부터 세계 최초로 국제 재활용 인증(Global Recycled Standard; GRS)을 받았으며, 일본환경연합 JEA(Japan Environment Association)로부터 친환경 인증마크 Eco-Mark도 획득했다.
해양 쓰레기인 폐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 섬유로 만드는 바다지킴이 ‘효성’
지구 온난화 현상을 막아주는 해양 생태계의 오염문제에도 관심을 가진 효성은 해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이고 해양 쓰레기의 1/3 이상이 선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선박 쓰레기는 수거 후 일괄 소각처리 되고 있어 환경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성은 효성은 바다와 그 근방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 '리젠오션 폴리에스터’를 제작하고 있다.
‘리젠오션 폴리에스터’는 환경을 생각하는 글로벌 브랜드에서 도입하고 있는 OBP(Ocean Bound Plastic)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한 제품이다.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OBP 인증은 강에서 200m 이내에 있거나, 바다에서 50km 이내에 존재하지만 육지의 분리수거/플라스틱 쓰레기로 분류되지 못하거나, 해안가에서 200m 이내에 있는 쓰레기를 일컫는다. ‘리젠오션 폴리에스터’는 해안가나 인근 뭍, 강가 등 물가에 버려지는 PET병을 수거해 재활용한 원사로 OBP의 엄격한 기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바다를 직접적으로 오염시키는 쓰레기만을 모아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을 실천하고 있다. 효성은 ‘리젠’ 시리즈의 품질 관리를 위해 제품이 리사이클되는 기술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그 규격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지구 환경과 쓰레기 이슈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효성티앤씨는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재활용 나일론 등 리젠 시리즈를 미래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전개해 나갈 정도로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에 진지하게 다가서고 있다.
세계 최초로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사이클링 나일론 선보인 ‘효성’
또한 고품질의 나일론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효성티앤씨는 바다에 버려진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재활용 나일론 섬유를 제작하며 순환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으며 이중 64만톤은 폐어망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효성은 2007년 바다에서 사용된 폐어망을 재활용한 세계 최초의 리사이클링 나일론 섬유 '리젠오션 나일론'을 출시했다.
특히 폐어망은 불순물이 많고 오랫동안 바닷물에 담겨 있었기 때문에 나일론 원사의 원료가 되는 카프로락탐(CPL)을 추출하고 고품질의 원사를 생산하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현재까지 리사이클링 나일론을 독자적인 기술로 생산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 딱 두 군데뿐이다. 효성티앤씨는 축적된 기술력과 연구개발 노하우로 세계에서 첫번째로 최고 품질의 리사이클링 나일론을 선보이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21년에는 리젠오션 나일론의 생산 확대를 위해 부산광역시와 전라남도 등 국내 지자체와 MOU도 체결하며 해양 생태계 보호를 위한 리젠오션 나일론 생산량을 월 150t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원의 지속가능성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효성’
이외에도 효성은 재활용 스판덱스 섬유인 '크레오라 리젠' 등 지속가능성을 가진 다양한 재활용 섬유를 개발하고 출시하고 있다. ‘크레오라 리젠’은 현재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용도에 적용할 수 있는 리사이클링 스판덱스를 상용화한 것으로, 세계 각지의 글로벌 기업에서의 수요가 많은 제품이다. ‘크레오라 리젠’은 기존의 크레오라 원사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원사 부산물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해 리사이클링 원사를 제작하는 Pre-Consumer Recycled 제품이다.
누구보다 진지하고 빠르게 기후변화에 대비한 순환경제 모델을 진행해 나가는 효성 뒤에는 1960년대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해 꾸준히 연구소를 개설하고 R&D를 전개해 온 효성의 저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젠 폴리에스터’, 바다에 버려지는 페트병으로 만든 ‘리젠오션 폴리에스터’, 바다 오염의 주범 중 하나인 어망으로 제작한 ‘리젠오션 나일론’, 스판덱스 원사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크레오라 리젠’ 등 자원의 지속가능성 촉진과 함께 지구환경을 보호해 인류의 더 나은 삶의 질을 위한 효성의 노력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